2011년 7월 10일 일요일

[경제학을 리콜하라 - 이정전]을 읽고.


이 책은 고전 경제학의 거부들과 그들의 저서에 대한 소개를 해 준다. 애덤스미스, 데이빗 리카도, 칼 마르크스, 존 케인스 등등. 다른 경제학서와 다른 점은 이들의 저서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하는 데 꽤나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그 당시의 사회 상황,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유년기를 거쳤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 돈은 많이 벌었는지. 그들의 이론에 대한 설명도 많이 있는데, 그래프와 수학적 기호는 최대한 제외했다. 이 책 통털어 수학식은 단 한번도 안나오고, 그래프는 경제학 교과서 맨 처음에 나오는 수요 공급 무차별 곡선 딱 한 번 나온다. 대신 그 이론들은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저자들의 어떤 주장을 얘기하기 위해 나왔는 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해준다. 내가 읽은 경제학서중에 가장 쉽고 재밌었다. 이 책을 교과서로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 400페이지나 되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럼, 이정전 교수님은 왜 경제학을 리콜하라 라고 외치시는 걸까.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시, 그것을 예측한 경제학자는 있었는가. 예측은 둘째치고라도, 지금 와서 제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세워주는 경제학자가 있는가. 없다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적어도 지금의 주류 경제학쪽에서는. 

그렇다면 주류 경제학은 왜 실패했는가. 그들의 가정 자체가 말이 안되는 면이 많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걸 시장에 맡겨두면 보이지 않는 손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가장 적절히 조절해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낸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사람이란 "돈=행복" 으로 쉽게 정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완전 경쟁 시장에서만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메카니즘이다. 현실에서 완전경쟁시장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 사람은 그저 돈 하나만으로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다. 정의, 건강, 가족 등등의 여러요소가 복합적으로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가정이 틀렸으니 결론도 틀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수학적으로 세련되게 정리하고 슈퍼컴퓨터로 정리한 방대한 통계데이터를 제시하더라도 말이다. 가정의 불합리함이 현대 주류경제학의 가장 큰 약점이며,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게 한 가장 큰 맹점이다. 

그런데, 이런 현대 주류경제학의 약점 및 한계를 이미 경제학의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과거 경제학 대가들이 이에 대하여 이미 자세히 설명했고, 조심하라고 경고성 발언도 많이 했었다. 경제학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을 이론적 반석 위에 올려놓은 데이비드 리카도, 자본주의 시장의 정체를 근원적으로 파고든 카를 마르크스, 거시경제학의 지평을 연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철학 및 인문학에 조예가 깊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돈에만 집중하고, 경제현상을 수학적으로 묘사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왜 그런 경제적인 행동을 하는가, 어떤 경우에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대답을 경제학적인 용어로 풀어냈을 뿐이다. 이 고전들에, 현대 경제학의 나아갈 길이 있다. 

현대 경제학의 모토 - 열심히 일하라.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라. 그럼 너도 행복하고 경제도 성장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정말로 제일 중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렇게까지 사람을 소외하고 돈만 바라보는 경제학이 제공하는 프레임은 점점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사람을 바라봐야 할 때다. 돈 많이 버는 비인간적인 사회보다, 돈도 적당히 벌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경제학이 필요할 때다. 경제학을 리콜하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2011년 7월 3일 일요일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 김현철] 를 읽고.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매주 월요일 나 상담이란 코너에는 정신과전문의 김현철이 나와서 사람들의 고민을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꽤나 분석이 예리하다. 듣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상담도 자주 나오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도 썩 자주 나온다. 그래서 김현철의 저서 불안하니까 사람이다를 사서 보게 되었다. 

책은 꽤나 어려운 얘기를 쉽게 잘 풀어냈다. 여러가지 사례들을 예를 들고, 잘 알려진 영화들을 차용해서 어려운 정신의학적인 설명들을 상징적으로 잘 풀어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내 나름대로 간추려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난 면을 가지고 있다. 남이 잘 안 되는 면을 보고 고소해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의 불행을 바라는 순간도 있다. 비겁하다 못해 야비한 모습도 있고, 찌질하고 소심한 모습들도 있다. 이 외에 수 많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난 면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할 때 정신과적인 병리현상이 나타난다. 병리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남을 미워하거나, 자기자신을 비난하거나, 가상의 자기자신을 만든다거나, 세상에서 자기자신을 격리시킨다거나. 

즉, 날 것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 그보다 나은 존재다라고 고집을 부리는 거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다. 


2. 이런 못난 면들은 왜 생길까. 일부는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고 일부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생긴다. 어려서 어머니가 없으면 내 자신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해체 불안, 어머니한테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유기불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이성의 부모를 성적인 상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죄책감, 이성의 부모를 쟁취할 수 없다는 좌절감- 등은 모두에게 존재하는 상처이자 못난 면이다. 반면 어릴 때 성적인 학대를 받았다거나, 형제 자식간 부모에게서 차별대우를 받았다거나, 그 외에 수많은 개인적인 트라우마들도 마음속의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내 자신이 그렇게 깊은 상처를 가졌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고, 항상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3.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10의 가치가 있고, 실제의 나는 5밖에 안되더라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정신적인 상처의 치유가 시작된다. 단,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왜 5 밖에 안될까라고 좌절하거나 자학하면 안 된다. 비록 나는 5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라고 생각을 할 때 마음속의 깊은 상처는 치유가 비로소 시작이 되는 것이다. 

4. 결국, 연애 그리고 가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는 내가 10이라고 생각했지만, 5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가장 큰 계기는 역시 연애다. 가장 내 맘대로 하고 싶지만, 가장 내 맘대로 안되는 연애를 하게 되면서 실제 자기를 깨닫게 된다. 아. 나에게도 이렇게 찌질한 면이 있구나. 그리고 그 때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을 때, 비록 난 생각보단 조금 찌질하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구나.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구나. 라고 자존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5. 30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까지 정확히 나를 모른다. 그만큼 자기자신을 아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무의식중에 존재하는 방어기제때문에, 내 생각보다 못난 면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고, 그 못난 면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니까, 연애랑 여행이랑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해야하는 거다. 죽을 때까지 완전히 알기 힘든 자기자신을 더욱 더 많이 알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미리 갖추고 여행을 떠나야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고,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매일매일 자기자신에게 실망하고, 내가 이래서야 뭐 어떻게 성공하겠냐 불안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그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서 사랑스럽다.  나를 사랑할 용기만 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불안해도, 불안한 채로 행복한 인생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