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9일 일요일

[스타트업 바이블 - 배기홍] 을 읽고.

회사원 3년차.사춘기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나는.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나 MBA가 가고 싶어졌다.그래서 구글 알리미로 MBA로 검색 된 결과들을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어쩌다 걸린 기사가 이 책에 관한 소개기사였다.왠지 모르겠는데 책이 그럴싸해보여서 오늘 사와서, 오늘 다 읽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하고, 와튼 경영대학원 MBA를 다니다가, 뮤직쉐이크라는 스타트업 회사에 뛰어들어 일하고 있는 배기홍이라는 저자가 쓴 책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회사들이 어떻게 해야 좀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썼다. 왠지 끌려서 사 봤는데, 역시 돈이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이었다. 뭐 어찌 보면 뻔한 내용이다.초기 창업에 가장 큰 3요소는 아이디어, 돈, 사람인데 그중에서도 사람이 젤 중요하다라는.



그래도 투자를 받는 방법이라던가, 초기 조직 운영이라던가 등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서 나중에 혹 내가 직접 창업을 하게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장에 잘 꽂아 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한 번 한 줄 한 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창업에 필요한 요소라던가, 주의해야 될 점이라던가. 그런 것보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건, 저자의 책임감. 일을 대하는 자세였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주는데, 구글 유투브와 협업하기 위해 담당자와 미팅을 했던 내용이 있다.

어떻게 담당자를 만난 후, 연결이 될 때까지 일주일 동안 열다섯 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음성 사서함에 여섯 건의 메세지를 남겼고, 비서와도 세번이나 통화를 했댄다. 결국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지금은 바쁘니 두 달 후 다시 연락하자"는 내용이었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딱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졸라서, 마침내 유투브 본사에서 미팅을 성사시켜 결국 사업제휴를 이끌어 냈댄다. 

그리고 나중에 담당자가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얘길 했댄다. "기홍, 뮤직쉐이크가 이렇게 빨리 우리와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 뮤직쉐이크의 좋은 음악과 기술 덕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첫 단추를 채웠으니 이제는 날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 네 전화번호 뜨는 것만 보면 무서우니까 말이야." 



나는 지금 회사에서 일을 대하는 자세가 애매하다. 나름 관리직이라, 직접 하는 일은 별로 없고, 남들이 일을 제 시간에 하도록 관리를 해야된다.이게 문제가 뭐냐면. 사건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내가 져야된다는 거. 일은 내가 한 게 아닌데. 또 사건 사고가 터져도 결국 내가 그 일을 직접 자료를 만들고 처리하는 게 아니고. 다시 그 부서에다가 처리하라고. 자료 만들라고 지시를 내려야한다. 이게 참 고역스러운 프로세스다. 일은 해결은 해야되고. 해당 부서에서는 내 책임 아니라고. 못하겠다고 그럴 때도 많고. 게다가 난 사원 3년차인데, 보통 실무부서 엔지니어는 차 부장급.적어도 과장은 이상이니. 윗사람에게 싫은 소리하기 싫어하는 내 성격에 참 안 맞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100% 내 실력을 내기보다는 면피할 정도만 하면서 근근히 회사를 다니는 중인데. 이게 참 불행한 일이거덩. 


근데 배기홍씨의 저런 자세가 참 인상 깊다. 그 사람이라고 15번 메일 빠꾸 맞는게 기분이 좋을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성과를 내는. 일에 대한 책임감. 사명감. 


내 일이 좀 나랑 안 맞는 면이 있다한들, 세상 어떤 직업이던 행복하기만한 직업이 있을까. 
나도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는 내 일을 좀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에겐 저런 책임감, 사명감이 잘 안 생긴다. 내가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월급을 주니까. 대기업이니까 안정되어있으니까. 면피성으로만 일을 하는데. 나도 꽤 주체적으로 일하는 거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이렇게 수동적으로 사는 내 모습이 참 싫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 


나도 좀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고3 때처럼. 진짜 이 걸 내가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꿈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본 지가 오래되서 꽤나 아득하긴 한데. 그래도, 조금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그랬긴 했는데. 내가 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 일을 하는 편이 왜 이 일을 하는 지 모르겠으면서 그저 수동적으로 열심히하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듯하다. 



방법은 두 가지 중 한 가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고. 내가 평생을 걸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 자신을 설득해서 열심히 일 하는 것. 아니면, 조금은 불안정해도 내가 열심히 해볼만한 일을 찾아내고, 그 일에 매진해서 결국 성공시켜 내는 것. 



아마, 이 책이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될 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2011년 5월 22일 일요일

[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을 읽고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사르트르-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책은 이 말을 깨닫기 위해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황석영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담담하게 서술한 소설이다.

애초부터 학교에서 가르칠라고 드는 바람직한 학생상-너는 이렇게 살아야한다-

하는 주입식 인생관이 너무너무 싫었던 준-소설속의 황석영의 이름- 은

방황한다.  엄청나게 치열하게.

하긴, 눈 앞에서 자기 친구가 공권력의 총에 맞아죽는 걸 직접 봤는데,

공교육이 가르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되어 살고 싶었겠나.



학교를 며칠이고 안나가는 건 기본이고,

30일동안 돈 한푼없이 떠나는 무전여행에,

그냥 아무 계획없이 산속에서 친구들과 몇달 살아보기도 하고.

절에도 출가했다가,

막노동판, 고기잡이 배를 전전하며 몸으로 때우는 생활도 하고.

그 와중에 2번의 자살시도.




이 정도로 치열하게 사춘기 보낸 사람 없을꺼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왜 사는가 라는 테제는 맘에 안 들었지만,

그렇다고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고 하는 대안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고등학생 시절에 신춘문예상이던가; 암튼 수상을 해서 문단에 등단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창작 능력은 있었지만, 평생 자기가 글쓰기를 하고 살 건지,

그래야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공교육에서 삐딱선을 탔고, 퇴학따위.. 학교 다녀봐야 무슨 소용있나 그러다가도

막상 퇴학을 당하고 나니 엄습해오는 어마어마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거 하나 모르는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죽어버리자.

내가 널 오늘 보내버린다.

그렇게 자살기도 2번.




절에 가서 수행을 해 봐도, 나가살아봐도 뭘 해봐도 모르겠던

'왜 사는가' 에 대한 해답은 같이 다니던 막노동판 아저씨의 한마디에서 얻어진다.




"씨팔,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



애초에,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일단 태어났고, 살아가다 보니 이것저것 하게 되는 거.

그게 인생인데, 그런 인생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지.

내가 현재 태어나 살아간다는 실존이 정체가 뭔지 모를 나의 본질보다 우선인 거다.






그렇게 왜 사는가에 대한 해답과 치열했던 사춘기의 정당함을 얻고 월남파병을 가는 순간,

너무나도 힘들었던 사춘기에 애달픈 작별을 고하면서 소설이 끝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입식 교육의 황태자; 라고 할 수 있겠다.

반항 한 번 안하고; 하란대로 다~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 했고.

다른 거 생각하면 공부 못한다니까 다른 거 생각 안했고.

대학교 가면 뭐든 니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고 해서 순진하게 다 믿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인가 에 대한 고민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서울 공대 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고.

그 이후에는 무조건 잘 될 줄만 알았지.







그러나, 사춘기는 미뤄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 걸.

나도 사춘기를 맞았다.

어떻게 살아야되지;

왜 살지.

계속 고민해오던 이 테제의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살짝 발견했다.

씨팔, 누구나 사람은 오늘을 사는 거란 말이지.

애초에,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는 당연한 게 없다.

조금만 역사를 되돌려봐도, 그 때 당연했던 삶은 지금은 전혀 당연하지 않잖아.

이렇게 사는 게 성공한 삶이고, 저렇게 사는 삶이 실패한 삶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내가 틀린게 아니란 말이지.








그래, 오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되는 거야.

대신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그렇게 살면 되는거야.

김어준 - 색다른 상담소.

김어준 팬으로서,  김어준이 새로운 방송을 시작했기에 이를 널리 알리고자 블로그질.


MBC 표준 FM (월~금) 오후 09:35~10:00 방송.

Pod Cast에서도 들을수 있다.

요일별로 아래와 같이 상담을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꿈 상담하고 No 상담이 제일 재밌더라.




  • 월] 나 상담

    참여
    ‘나는 왜 이런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를 주제로 하는 모든 고민을 받습니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요’, ‘마누라와 어머니 사이에서 괴로운 나’, ‘평소에는 소심한 나,
    술만 먹으면 변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등 나 자신에 대한 본격적인 상담.
  • [화] 愛 상담

    참여
    동서고금, 남녀노소 영원한 고민의 테마, 남녀상열지사 상담
  • [수] 꿈 상담

    참여
    난 이런 직업을 갖고 싶어요, 근데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의
    현실적인 방법론부터 구체적인 업무, 소득등 실질적인 궁금증 풀이.
  • [목] NO 상담

    참여
    닳고닳은 처세술에 ‘아니오’라고 말해도 잘 살 수 있다.
    살짝 삐닥하지만 현실적인, 그러나 인간미와 순수함을 지키면서 잘~ 살수 있는
    방법을 나누어 본다. 사회 생활, 조직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모든 상담.
  • [금] 다 상담

    참여
    개인적인 고민도 버거운데 헷갈리고 요상한 우리사회의 이슈가 오죽 많은가?
    귀 닫고 눈감고 살고 싶어도 쉽지 않은 현대 사회,
    모든 사회적 호기심에 답해 주는 시간.
    재미있으니, 한 번 청취해보시길. 

2011년 5월 17일 화요일

인사이드 잡(2010)을 보고.


1. 2008년,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 

이른 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대량으로 한 번에 부실채권이 되면서 연쇄적으로 모든 금융권이 한 큐에 망할 뻔 했던 그 당시의 상황을 2시간 동안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담아낸 영화다. 

여러 명의 이해 당사자와의 인터뷰, 쉽고 간단한 그래프 및 그림들, 1980년대부터 미국 경제계를 훑어 올라오며 2008년에 금융위기가 터질 수 밖에 없던 통시적 고찰을 맷 데이먼의 나래이션으로 풀어낸다. 

재밌다. 

2008년에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겠더라. 



2. 짧게 영화에서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 그림과 같다. 

옛날에는 상업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개인에게 꿔주고, 은행은 10년이든 20년이든 이자를 쳐서 대출을 상환받았다. 위 그림처럼. 

그러나, 각종 상업은행 특히 골드만 삭스 출신의 회장들이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후로 계속 재무 장관이 되면서, 투자은행이 파생상품의 거래가 용이하도록 점점 deregulation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그림이 아래처럼 복잡해진다. 



상업은행은 채무자에게서 10년 20년 상환을 받는 대신, 채권을 그냥 투자은행에 팔아버린다.
상업은행으로서는 남는 장사인 것이, 10년 20년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점점 투자은행이 채권을 마구마구 사주면서 상업은행은 채무자의 경제적 상황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대출을 해준다. 대출을 해서 채권만 만들면 바로 투자은행이 사주니까. 바로 이것이, 안전하고 바람직한 프라임 론이 아닌,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서브 프라임론이 엄청나게 흥한 이유다. 

투자은행은 이런 채권들을 여기저기서 위험성에 따라 조합해서, CDO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그리고 여기엔 AIG와 같은 보험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 같은 신용평가사가 끼어든다. 


파생상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조합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언제 부실이 나서 휴지가 될 지 모르는 채권들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은행의 권유만 믿고 파생상품을 사기엔 불안하다. 이 때 투자은행은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신용평가를 들이댄다. 보세요, 스탠다드 푸어스가 AAA로 평가했으니 안전합니다. 믿고 사십쇼. 

문제는 이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를 해주는 댓가를 투자은행으로부터 지급받는 점이다. 당연히 신용평가가 객관적이기 힘들다. 너무 많은 채권이 AAA를 받았는데, 검증하는 사람도 없고 내용을 따지는 사람도 아무도 없이 그렇게 이 프로세스는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AIG와 같은 보험사가 끼어든다.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보고도 불안했다. 그렇다면, 보험을 드시지요. AIG는 보험을 팔았다. 채권이 부실이 되면 저희가 다 갚아드릴께요. 


그렇게, 이 순환의 고리가 완성이 됐다. 
문제는 이 순환의 고리에서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이 됐다는 점이다. 

A. 상업은행은 부실채권을 남발한다. 
B. 투자은행은 자본대비 34배까지 빚을 빌려 부실채권을 사서 파생상품을 팔았다. 
C. 보험사 역시 보증 부담금의 수십배의 보험을 팔았다. 

그리고, 이 층층이 쌓인 리스크가 한 번에 터지는 순간, 경제가 한 큐에 망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가장 괘씸한 건, 경제위기가 터질 때 즈음, 투자은행은 이 파생상품이 부실이 될 거 같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 파생상품은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으니 저희를 믿고 투자하세요. 라고 해놓고선, 자기들은 이 파생상품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데 베팅을 걸었다. 경제 위기가 나자,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전부 잃었지만, 투자은행은 베팅이 잭팟을 터트려 돈 방석위에 앉았다. 샹넘들이다. 



3. 글로 다시 써놓으니까 또 어렵다. 

근데, 영화를 보면 이 내용이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진짜 잘 만들었다. 

놀라운 건, 금융위기를 할리우드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IMF 사태를 영화로 만든 셈이다. 김영삼 대통령, 강만수 장관, 정운찬 교수의 인터뷰를 따고, 간단한 그래프, 직관적인 그림들을 곁들여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누가 돈을 대줄까? 
영화를 만들면 영화관에 걸릴 수는 있을까? 명예훼손죄로 법원에 가지는 않을까? 

이게 미국의 힘인 것 같다. 여러모로 썩었고, 여러모로 불합리한데, 어쨌뜬 하고 싶은 말이 있음 하게 해준다. 이게 아니었으면 예전에 망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4.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시스템이 점점 탈규제화되고, 저 이율이 오랫동안 지속 되면서 사람들의 오랫동안 바래왔던, 위험없이 고수익이 보장되는 상품이 실현된 것 같았다. 파생상품이라는 이름으로. 


허나, 세상에 노 리스크 하이리턴은 없다. 적어도 잠시 가능할 지는 모르나, 영원히 지속되는 노 리스크 하이리턴은 없다. 그걸 원하면 원할수록 시스템이 고장나 언젠간 이렇게 한 방에 가는거다. 





다들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이상 금융쟁이들만 배불르게 하는 일 없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거 같다. 

세상을 바꿔봅시다.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을 읽고.


79년생으로 나보다 2살 위인 허지웅이라는 영화평론가 겸 기자 겸 블로거는,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정의한다. 


결혼하고 집 사고 애 놓고 뼈 빠지게 부양하며 빚 갚다가 조금 살만해지면 불륜을 저지르거나 암 걸려 뒈지는 삶. 


그래서, 허지웅이라는 사람은 저런 한심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느냐.조금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기로 했단다.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경쟁하지 않겠단다.가진 것들로 자신을 규정하는 일을 멈추고, 가질 수 없는 것들,혹은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자신을 비난 하는 일을 멈추겠단다.



이런 결론이 쉽게 나온 것 같지는 않다.어느 날 갑자기 집안이 힘들어져 혼자 독립해야 했고.
오로지 자신의 글 하나만을 가지고 두 발로 서는 일이 결코 만만하진 않았던 것 같다.그래서인지 조금의 공격성이나 거칠은 면이 책에서 발견되지만, 그래도, 자기 말을 뱉은 대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정규직을 다니지 않으면, 빨리 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외국어를 할 줄 모르면, 차를 빨리 사지 않으면,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그 외에도 수 많은 ~ 않으면, 큰 일나는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 살아낼 수 있다고 스스의 선택으로 증명해내는 그 배포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배포 뒤에는, 훌륭한 필력,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 세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무엇보다, 세상에 당당히 맞서서는 용기가 있더라.






결혼하고 집 사고 애 놓고 뼈 빠지게 부양하며 빚 갚다가 조금 살만해지면 불륜을 저지르거나 암 걸려 뒈지는 삶. 



조금 극단적이긴 하나, 주위를 조금 둘러보면, 나도 아차하는 순간 이렇게 살 지도 모르겠다는 아찔함이 엄습한다.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나를 양보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어떤 곳에 도달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내 자신의 선택이 어쩔 수 없었음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면서, 지금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 그 생각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절실히 느껴진다.


그렇기에,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용기라는 것을 요새 깨닫는 중이다. 스스로 선택을 내리고, 그런 선택을 내린 깜냥이 자신의 실체라는 것을 인정할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지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이 친구던 가족이던.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세계가 허상이고 가짜라는 걸 알아도, 편하니까, 익숙하니까, 난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까 파란 약을 선택하고 그냥 모든 걸 잊고 그 허구의 세계에서 살 수도 있었다. 빨간 약을 선택하면, 힘들어도 진짜 세상에 맞서야 하지만. 빨간 약을 택했으니까, 영웅이 되고 세상을 구원한 거 아니겠나.





영웅까진 안 되도, 세상을 바로 알고, 한심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하루하루 빨간 약을 선택할 용기는 내면서 세상에 맞서 나아가련다.

내일도.

2011년 5월 8일 일요일

[건투를 빈다 - 김어준] 을 읽고.

2008년 3월에 입사하고 만 3년.

요새 계속 나는 고민중이다.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하는가?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는. 

1. 월급이 계속 나올 거 같다. 

2. 주변에 어디 다닌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다.


계속 다니기 싫은 이유는. 

1. 일이 재미가 없다. 

2. 1년, 2년씩 해외근무를 해야되는데, 하기 싫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 



김어준이란 사람은 나 같이 이런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와는 다른 결정을 했다. 



월급을 가장 많이 준다는 이유로 포스코에 들어갔다가, 

어느날 회식을 새벽 3시까지 달린 후 새벽 6시까지 나오란 임원의 얘기에, 

6시까지 나갔댄다. 

그랬더니 임원이, 이게 내가 여기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란 얘기를 해주더랜다.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바로 사표를 내고. 

부모님한테는 그만뒀다는 얘기는 못하고, 그냥 출장간다 그러고 가고 싶던 나라에

2달간 다녀왔댄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되서. 

그래서 시작한 딴지일보. 

그리고는 평생을 다른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열어 가면서. 

'김어준' 자체가 직업인 그런 삶을 살아간다. 





어떻게 그런 삶을 살았을까. 무섭지 않았을까. 

그 답이 이 책에 있다. 

당연히 무서웠을 거다. 단지 그걸 감당할 용기가 있었던 거다. 



다른 사람의 이런 저런 고민에 대한 자신만의 해결책을 담아놓은 이 책에서, 

그는 줄곧 주장한다. 

니 하고 싶은대로 해라. 제발. 

대신 면죄부 얻을려고 하지 마라. 그 결과를 온 몸으로 감당하거라.  

그리고 그는 진짜로 그렇게 산다. 

하고싶은대로 산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며 산다. 나 이런 새끼야. 





난 평생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몰랐던 거 같다. 

그저, 안전빵으로 살았다. 부모님의 바램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괜찮은 삶으로.  

그런데 회사 생활을 3년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내가 원하지 않는게 뭔지는 조금 알 거 같다. 

근데 아직 용기는 부족하다. 

주위의 기대로부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내가 내 맘대로 내린 선택이 지금 내 삶보다 혹여 못한 결과일지 모른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나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는 거 같다. 

용기가 살짝 부족할 뿐. 

나도 내 삶을 살자. 한 번 내 하고 싶은대로 살아보자. 

건투를 빈다. 


2011년 5월 1일 일요일

[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석훈] 을 읽고.

2011.04.27.
최문순이 엄기영을 이겼다. 
손학규가 강재섭을 이겼다. 
조금씩 이명박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지친 사람들의 피곤함이 표출되는 거라고 본다. 


나는 이 사회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RSS 구독을 통해보는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느끼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베스트 셀러 1위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서술한 책이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그랬고, 장하준이 쓴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26가지가 그랬고,  김난도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그랬다. 해방 이후 아무 의심 없이 옳다고 믿고 달려온 믿음에 드디어 사람들이 의심을 품기 시작한거다. 

과연, 정말로, 국가가 발전하면 나는 당연히 따라서 행복해질 것인가? 라는. 



우석훈 아저씨의 새 책,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여기서 한 가지 도움을 준다. 자기가 믿고 살아온 그 전제가 과연 옳은지 확인하는 방법. 옳지 않다면 새로운 좌우명을 세우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뭔지를 알려준다. 바로, 사회과학책을 읽고, 쓰는 것이다. 


사회과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저 사람이 왜 그 때, 거기서, 그렇게 했을까에 대한 학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인 국가는 왜 그 때, 거기서, 그렇게 했을까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그러자면, '사람' 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하고, 기본적인 존중이 있어야한다. 공간을 볼 때, 저 지역의 땅값, 평수, 역세권이라는 숫자를 보는 게 아니고,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재개발에 따른 삶의 변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행복하냐고 물을 때, 단지 연봉과 대출 금액만 보는 것이 아니고, 누구와 같이 살고 있는 지, 건강은 한 지, 뭘 먹고 사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그리고 이명박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이 어떨 때 행복한지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저 돈이 많으면 행복해 질 것이리라. 그저 윗사람들이 얘기한 것을 의심없이 믿고 그리하면 행복해지리라 믿었던 건데, 그렇지 않음을 이제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떨 때 행복한 지를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어야한다. 나 역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난 어떤 때 행복한지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줘야 하고, 글로 남겨서 알려야한다. 그럴 때, 좀 더 나은 세상이 온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바이다. 

많이 읽고,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