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6일 일요일

[레알 청춘- 청년유니온] 을 읽고.


대학 등록금 때문에 시위가 계속이다. 
반값으로 내려달라고 청년들이 외치는 중이다. 
학자금 대출로,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간신히 등록금을 대고 대학을 졸업해봐야, 정규직에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고, 남은건 대학교 졸업장과 함께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는 수천만원의 은행빚뿐이다. 사정이 어려운 건 대학생뿐만은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11명의 청년들 모두 사정이 어렵다. 종합격투기 준비중인 청년, 남대문시장 도매점 배달원, 연극배우 지망생, 만화작가, 임용고시 준비생, 지방대 취업준비생, 공기업 계약직, 학원 강사, 방송작가, 비정규직 연구원, 방송국 시설 관리 파견 비정규직 청년들 모두 힘들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생활은 힘들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엔, 미운 털이 박혀 고용주에게서 해고당할까 모르는 그 두려움이 너무 크다. 


88만원 세대가 처음 나오면서 우리 젊은 세대들에 대한 담론이 세상으로 나왔다. 세상에 반응은 여러가지다. 원래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런거라고 하기도 하고. 너네가 준비를 안해서 그렇다고 깎아내리기도하고. 20대 개새끼론이라는, 너네가 못나서 그렇다는 소리도 있고. 이런 20대에 대한 평가에 대한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내린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대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뭉뚱그려서 봐서, 평가가 추상적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근데 그 평가자들도 그렇게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20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통계에 나와 있는 숫자가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를.



그래서,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 유니온을 조직하고. 가장 먼저 한 일 중에 하나가, 이 레알청춘이라는 책을 써낸 것이다. 청년들이 어떻게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고 있는 지 생생하게 담아서 세상에 외치고 있다. 나 이렇게 산다고. 힘들게 그렇게 산다고. 너무 처절하지도 않고, 너무 비관적이지도 않으며, 너무 낙관적이지도 않다. 그저 담담하게 지금을 사는 청년들을 묘사한다. 너무 생생해서, 가끔은 읽다보면 좀 아프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세상은 옛날과 바뀐지 오래다. 옛날처럼 위에서 청년문제를 해결하라 한 마디 한다고 고쳐지는 세상이 아니다. 청년문제가 어떤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청년들이 우리 이렇게 힘들다고 얘기를 하고, 그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청년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청년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내 친구의, 내 동생의, 누군가의 딸자식의 이야기이고,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 책을 보고 주위 청년들이 어떻게 힘든지 관심을 갖자. 청년들의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귀기울여 들어줄 때, 등록금 문제, 취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이 모든 문제들이 풀릴 수 있는 실마리가 잡힐테니 말이다. 

힘내자, 레알 청춘들이여. 


2011년 6월 19일 일요일

[하우스 푸어 - 김재영] 을 읽고.


1. A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자기돈 2억에 전세를 끼고 전세금 4억에 은행 대출 4억. 10억을 주고 집을 샀다. 
그런데 지금 집 값이 7억으로 떨어졌다면? 
자기 돈 2억은 이미 날라갔고, 집을 팔아도 8억 빚을 다 갚지 못하며, 1억을 더 벌어서 갚아야 된다. 그런데 당장 대출이자 내기도 빠듯하다. 집은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아래 과도한 빚을 지고 집을 산 죄다. 상황이 이러니 집은 팔지도 못하고, 대출금 갚느라 생활이 빠듯한 사람들. 집 값이 오르지 않으면 답이 없는 사람들을 이 책은 하우스 푸어라고 부른다. 집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 
이 책의 계산에 의하면 대충 수도권이 100만, 전국 200만이 하우스 푸어다. 


2. 하우스 푸어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5군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정부, 건설사, 언론사 4명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민들은 이 분위기에 부응했다. 부동산만 영원히 올라준다면 이 게임은 5군데 모두가 행복한 최상의 게임이다. 건설사는 집지어서 비싸게 팔아 돈 벌고, 은행은 대출해주고 이자 벌어먹고, 언론사는 광고를 받아먹으며, 정부는 경제를 살렸다는 명분으로 대권을 잡는다. 소비자는 비싸게 사더라도 결국 더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 

문제는, 부동산이 떨어지면, 일단 소비자가 다 뒤집어쓴다는 점이다. 하우스푸어가 되봐야, 아무도 구제해주지 않는단 말이다. 

3. 소비자는 자기돈 20원 빚 80원으로 집을 사는 위험한 게임을 왜 했을까. 첫 째는 그래도 집값이 올라서 돈을 벌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두 번째는 집은 꼭 있어야 한다라는 한국 사람특유의 집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더 이상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 대출을 껴서 집을 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20년 2억원 대출하는 경우와 9.3년 걸려 2억 원을 저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2억 원을 20년 만기, 금리 6.5%, 거치기간 없는 원리금균등분할 상황 조건으로 대출 시 한달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149만 1146원이다. 매월 149만 1146원씩 20년 동안, 총 3억 6000만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2억원 대출이 종결된다. 반면, 비슷한 액수인 140만 원을 한 달에 한 번, 4.8% 복리금리, 일반과세로 저축하게 되면 약 9.3년 후 2억 원가량을 모은다. 2억 원 대출을 갚으려면 약 3억 6000만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하지만 저축으로 2억을 모을 때는 약 1억 6000만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2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월 같은 금액을 은행에 불입하더라도 9.3년과 2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시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4. 은행에 대출장사시켜주고 건설사 좋은 일 시켜서 남는 것은 20년 간 은행에 묶인 팍팍한 삶과 20년 늙은 시멘트 덩어리 집 하나 뿐이다. 집에 조금만 덜 투자하면, 대출끼고 사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가처분 소득을 가지고 보다 많은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증명이 됐다. 부동산은 이제 무조건 승리하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생의 희생을 담보로 들어가기엔 불확실성도 너무 크고, 희생의 댓가가 너무 크다. 나 자신이 하우스 푸어가 되기 싫은 사람, 당연히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기이다.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는 곳'이다. 집은 인생의 가장 최종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그저 내 삶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하우스푸어가 되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딴지 라디오 - 나는 꼼수다.


http://itunes.apple.com/us/podcast/id438624412

업데이트 일시 : 매주 목요일
분량 : 1시간 안팎
주제 : 이명박 헌정방송. 시사관련 사항 전반을 다루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아주 집요하게 분석. 
출연자 : 진행 - 김어준 딴지 총수


해설자 - 정봉주 민주당 의원 전 17대 국회의원 트위터 : @BBK_Sniper



기술 및 프로듀스 - 김용민 전 교수 겸 시사평론가 트위터 : @funronga



조낸 재밌음. 뭣보다 욕이 난무해서 속이다 시원하다. ㅋㅋㅋㅋ
시간날 때 한 번 들어보시길. 

2011년 6월 12일 일요일

[슬랙(Slack) - 톰드마르코] 를 읽고.


Slack : 

명사[U], (참고: slacks)

1.(밧줄 등의) 느슨한[처진] 부분
There's too much slack in the tow rope.play
견인용 밧줄이 너무 많이 처져 있다.
2.(인력・금전・공간 등의) 느슨한 사용
There's very little slack in the budget.play
그 예산에는 느슨한 부분이 극히 적다.
3.분탄, 가루탄


이 책의 제목 Slack은 2번 뜻에 가깝다. 느슨한 사용. 혹은 느슨한 연결고리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 절감" "효율적인 일처리" 회사에서 남아 도는 자원도 하나도 없게 하고 1분 1초라도 놀고 있는 직원이 없는 그런 회사. 그런 회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혹여 존재한다면 그 회사는 성공적일까? 이 책의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하여 강하게 아니다! 라고 외친다.

프로젝트 책임자라면, 그 프로젝트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뤄지길 원한다. 모두모두 1분 1초라도 더 일하길 원하고, 단 한순간도 딴 짓하질 않길 바라며, 야근을 최대한 많이 해서 일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빨리빨리 완성되길 원한다. 즉, 최소한의 Slack, 궁극적으로는 Slack이 제로일 때 일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Slack은 Slack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첫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드시 어디선가 풀어야 된다. 아니면 쌓여서 어디선가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슬랙은 다시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시간이 된다.

둘째, 긴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팀원이 모두가 100% 자기시간을 투자하여 일하고 있고, 프로젝트 전체에 Slack이 0 이라면, 갑자기 심각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에 대처할 자원이 없다. 하지만 Slack이 있었다면, 그 Slack 만큼을 긴급 사태에 돌려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계속 아무 생각없이 일해봐야 창의적인 발상은 나오지 않는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까 궁리를 할 수 있는 Slack이 있을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Slack을 너무 없애려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난다. Slack을 인정하고, 이를 현명하게 쓸 때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책이다.

좀 너무 나이브한 서술이긴하다. 구체적인 수치나 근거, 실험자료는 거의 없다. 대신 생각해봐라. 모두가 바쁘면 일이 안된다니깐? 자 이런 사례를 생각해보자. 안되겠지? 고로 Slack이 중요해. 뭐 이런 식이라.

하지만 이 주장은 강력한 울림을 가지고 있다. 내가 프로젝트 수행하면서 느껴온 그런 점을 속시원히 긁어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너무 효율적으로만 일하려고 한다. 더 중요한 건 효과적으로 일하는 건데. 큰 방향이 틀렸는데, 틀린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일해봐야 결국 다들 고생만하고 욕 먹을 수 밖에 없다. 잠시 좀 쉬는 타이밍이 있어도, 최적의 방향을 잡아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루트를 결정해 놓는다면, 조금 더 편히 일하면서도 결과는 더 좋을텐데 말이다.

문제는, 내가 선택하는 길이 효과적이라는 보장이 없다. 프로젝트 매니저도, 본인이 자신이 없으니, 밑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그모습에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아, 적어도 우리 프로젝트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구나.


프로젝트 매니저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된다. 직원들이 모두 다 자기처럼 100% 프로젝트에 올인할 수 없고, 농땡이치는 직원들도 생기고, 프로젝트를 전체로 볼 때 어디선가 구멍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모두 없애려고 한다면 그냥 내부두는 것보다도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차라리,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람에게 맞는 역할을 배치하고, 프로젝트에 열정적인 사람을 알아보고 그런 사람에게는 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것이 낫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휴식을 보장해줘야한다.


뭐 이런 프로젝트 매니저의 아집 외에도, 불합리한 갑을 관계라던가, 급변하는 세계 경제상황이라던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죌 수 밖에 없는 수천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몰아쳐서 성공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들도 꽤나 있다. 하지만, 그 모델이 21세기에도 계속 성공할런지는 미지수다. 진정으로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어서 성공하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라면, Slack을 부여하라. 21세기형 성공이 따라올 것이다.

2011년 6월 6일 월요일

[여행하면 성공한다 - 김영욱, 장준수] 를 읽고.


이 책은 간단명료해서 좋다.제목대로, 여행하면 성공한다는 얘기다.근거로, 여행을 해서 성공한 33인들의 위인들의 사례가 있고,여행을 하면 여러가지 능력들-자아 발견, 호기심, 통찰력, 열정, 자신감, 용기-이 계발되기 때문이란다.맞는 얘기다.


이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여행을 꽤나 다녔다.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도 가 봤고, 대학 때는 유럽도 가 봤고, 친척들이 이민을 가 있는 뉴질랜드도 가 봤다. 이래저래 사고도 많이 치고 위기의 순간도 겪어가면서 한 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여행하기 전보다 성숙해서 돌아왔었다.

업무 상 해외를 다녀 온 것도 여행으로 포함한다면, 미국은 출장 차 가봤고,가장 최근에는 파견 근무 차 일본을 다녀왔다.그리고 일본에 다녀온 경험이 나를 상당히 바꿔놨다.


2011년 3월 11일. 지진이 나던 날, 나는 요코하마에 있었다.그 순간, 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그 때의 경험이 나를 많이 바꿔놨다.

3월 12일날 일본에서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모 커뮤니티에 내가 적어놓은 글이 있는데 그걸 아래 퍼왔다. 진짜로 상당히 무서웠었구나;



나는 작년 12월부터 일본 요코하마 츠루미라는 곳에서 파견 근무 중이다. 지난 4개월간 지진을 5번은 겪은 거 같다. 
적어도 1개월에 한 번씩. 보통 지진은 길면 1분정도, 짧으면 10초 정도. 같이 일하던 일본 사람들은 이골이 나서, 지진이 오면, 
" 어이, 지진이야~ 너도 느꼈어?"
"ㅇㅇ" 
하고 다시 일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 10초가 되게 무서웠는데, 이제는 무덤덤하다. 지진이 왔군. 

어제 4시경. 또 누군가 말했다. 
"좀 흔들리는 거 같지 않아?" 
"ㅇㅇ 좀 흔들리네. 지진인가?" 
그 때. 갑자기 건물에 전기가 나갔다. 싸이렌이 울리고, 
"긴급 지진 경보입니다. 대피해주세요" 
라고 일본어로 사내 방송이 나왔다. 캐비넷들이 덜컹 거리고, 땅이 좌우로 흔들려서 서있기가 힘들었다. 일단 책상 밑으로 숨었다. 너무 무서워서. 한 30초 간 이러다 죽겠구나 싶던데. 아무 생각도 안 났다.그러다 조금 지진이 약해졌다.  그래서 회사에 두고 다니는 여권을 가지고 외투를 챙겨서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다. 나오는데 보니깐 복도에 금이 가있더라고. 


나오자마자 한국에 전화를 했다. 아내한테 전화를 했는데, 보통 내 회사에서 받은 핸폰은 한달 3000엔밖에  충전이 안되서, 국제전화는 10분정도 밖에 못하니까. 원래 하던 것처럼 "전화해" 하고 끊었는데. 그 다음부터 전화가 안터진다. 후진 소프트 뱅크. 전화는 한 밤 9시쯤 되서야 다시 터졌다. 다행인건, 3g는 작동을 하더라고. 바이버로 전화는 잘 안됐지만, 카카오톡이랑 왓스앱은 잘 작동이 됐다. 그래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계속 이쪽 상황을 문자로 보내서 일단 아내를 안심시켰다. 

나와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먼저 많이들 나와 있었다. 다들 어찌해야되는지 모르는 채 웅성 웅성. 이 때는 그래도 가장 강렬한 지진파는 지나간 후. 회사 사람이 안내하는 대로 가장 가까운 공원으로 대피했다. 30분쯤 있었을 거다. 누군가 나와서 잠시 더 대기하라고 하더군. 그리고 한 10분 있다 그 사람이 다시 나와서 오늘은 No work이니 집으로 가라고 하더군. 윗사람이고 뭐고 너무 무서워서 인사도 안하고 일단 집에 왔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전기가 나갔으니 손으로 장부를 적으면서 물품을 팔고 있더라고. 급한대로 물 3통 카스테라, 프링글스를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캐리어에다가 대충 보이는 거 쑤셔 넣고 밖에 나왔다. 이미 거리는 대 혼란. 차라는 차는 거리로 다 나왔는데, 신호등은 전기가 나갔으니 작동하지 않는다. 교통 경찰이 수신호로 관리하지만 역부족. 오는 길에 어떤 상점에서 라디오를 틀어놧길래 좀 들었는데, 요코하마는 피난처가 요코하마 스타디움이라더군. 

여기서 요코하마를 갈라면... 츠루미-신코야스-히가시카나가와-요코하마. 지하철로 4정거장인데. 도로가 저 모양인데 택시로 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고.걸어가자니, 지리를 모르겠다. 혼자 집에 도망나와버려서, 다른 회사사람들이랑은 전화기가 먹통이라 연락도 안되고. 무섭기도 하고, 뭘 어찌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요코하마 스타디움 가는 건 포기. 


날씨는 또 엄청 추웠다. 밖에 있으니 춥더라고. 그래서 내가 사는 맨션 1층에 들어가 있다가. 무서우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더라고. 1층에 관리실에 보니 화장실이 있어서 거기 가서 일보고. 그래서 건물에 있다가 보면 20분에 한번씩 여진이 온다, 여진이 오면 무서우니까 밖에 나간다. 그러다 추우니까 건물로. 여진 나면 밖으로. 이 짓을 한 1시간 ~ 1시간 반 한거 같은데 이제 배가 고프고 힏믈더라. 일단 다시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전기가 나갔으니 거리 전체가 암흑이다. 물론 내방도 암흑이다. 어디서 양초를 찾아서 양초에 불을 켜놓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진은 계속 온다. 20분에 한번 30분에 한번. 다행히 7시 반쯤  사람들과 연락해서, 혼자 있으려니 넘 무섭고. 출장온 사람들이 묶는 호텔에는 비상전력으로 전기가 들어와 있다길래. 아까 사온 먹을 거를 가지고 거기로 가서 합류했다.

결국 9시 정도에 거리에 전기도 들어오고, 티비로 방송을 다 같이 보며 사람들과 연락도 다 되고. 전화도 되고.무서워서 잠을 과장님 방에서 같이 잤다. 

오늘 아침엔 전차가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가게들도 대충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아 ㅅㅂ 지금 글 쓰는 이 순간에도 여진이 왔다 -_- 3월 31일에 집에 가기로 되어있는데. 무서워서 빨리 집에 가야겠다. 





꽤나 긴박하지 않은가?; 다행히도, 무사히 잘 돌아왔다. 하지만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 난 너무 억울하더라. 내가 좋아서 한 일을 하다 죽는 것도 아니고. 돈 벌러 왔다가 이렇게 죽긴 너무 억울하더라. 결혼한지 1년도 안 됐는데. 애기도 못 낳았는데.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항상 현재에 충실하며 살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

이렇게 가치관이 바뀐 것을 참으로 다행으로 여긴다.그리고, 나는 가치관이 바뀌어서, 가치관이 바뀌기 전보다 성공할 거 같다. 뭣보다, 예전보단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지진이 없었다면, 내가 죽을 뻔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일본에 오지 않았다면,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이다. 여행은,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여행하면 성공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몇 번을 곱씹어 봐도, 맞는 얘기다.인생은 어차피 하루하루가 여행이거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P.S 저자가 후배여서, 책을 사들고 가서 직접 사인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자기 이름을 낸 책을 내고, 자기가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는 그 패기가 멋있더라. 너도 나도, 여행해서 성공하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