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상하듯이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어 약체 팀을 우승시키고, 스스로도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라고 이 책은 얘기한다. 뭐 굳이 스포일러도 아니라서 결말을 썼다. 아마 이 책의 표지 그림, 그리고 책 뒤에 써 있는 양준혁, 전현무의 소개글만 봐도 이와 같은 전개와 결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잘 만 활용하면 일개 여자 매니저가 팀을 바꿔놓고 우승까지 시킬 정도로, 매니지먼트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 쉽게 썼기 때문에 빠르게 술술 읽히고,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술 구조를 따라가기에 읽는 데 부담감이 없다. 조금 유치하긴 해도,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카와시마 미나미는, 우연한 계기로 야구부 매니저가 되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라는 책에 나와있는 원칙들을 야구부에 적용한다. 그 적용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일까 : 야구부의 고객은 야구부원 및 학교 임직원들이다.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야 한다.
2. 야구부의 고객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 1대1 면접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3. 어떻게 하면 동기 부여가 될까 : 책임을 주고 보상을 하며 성과를 측정해 제시해서, 동기부여를 한다.
4. 이노베이션 : 고교야구계에 만연한 관습이 뭔지를 살펴보고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만능 매니저 미나미가 한 일은 너무나 많지만, 주요 활동분야는 위에 4가지 정도다.
이제 좀 안 좋은 얘기를 하자면.
첫째로 너무 일이 잘 풀린다. 이 한 권만 읽으면 누구나 매니지먼트를 활용해서 내일부터 나와 내 조직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것은 이 책이 '이러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소설을 써야겠다!' 라는 플롯을 먼저 짜놓고 써서 그런면이 크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전환의 계기가, 부원들과의 면담인데. 신기하게도 부원들은 그 속을 솔직하게도 잘 털어 놓는다. 그리고 미나미는 바로바로 솔루션을 찾아내고, 그 솔루션은 실패하는 일 없이 용케도 잘 먹힌다. 그런데 어디 사회가 그리 만만한가. 회사에서 부장이 면담하자고 할 때 속을 모두 다 드러내놓는 직원이 몇이나 있을까. 아님 당신 밑에서 일하기 너무너무 싫어요 하면 바로 완벽한 솔루션을 내놓는 부장은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매니지먼트라는 건 책 한번 읽었다고 바로 현실에 모든 답을 내줄 수 있을만큼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둘째로 너무 왜색이 짙다. 왜색이라기 보다는 모에;화가 좀 심한데. 이 책을 간략히 줄이면 경영학의 모에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모에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자면 밑의 그림.
수학교과서에 2D 미소녀 캐릭터들이 나와서 간지러운 말투로 설명해주는 일본 수학교과서처럼, 이 책도, 삽화는 표지 단 한 컷이긴 한데, 위의 수학교과서를 보는 느낌이 든다; 좋은 점은 어려운 내용이 쉽게 읽힌다는 점이고 나쁜 점은 깊이가 그만큼 얕다는 점이랄까. 물론 이 책이 경영학의 모든 것을 커버하지 않는다는 점을 얘기하려고 저자는 항상 가장 중요한 건 '진지함' 이다라고 강조는 해둔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밌다. 헌데 이 책만 가지고 경영학에 자신이 생겼다! 라고 얘기하면 절대 안되고, 가장 좋은 반응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이 그렇게 대단해? 한 번 읽어봐야겠는데? 일 것이다.
자 그럼, 나도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읽어봐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