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안철수의 생각 - 안철수를 읽고.
12월 대선에 안철수가 나온다면, 나는 안철수를 찍는다. 정당이 없고, 정치 경험이 없고 여러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안철수의 '자세'가 나라의 리더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친구한테 게임팩을 빌려줬던 적이 있다. 며칠이 지나고, 돌려주기로 했던 기한이 지났지만 친구는 돌려주지 않았다. 몇 번 독촉을 했지만 가져오지 않았고, 결국은 내가 하교 길에 친구 집에 들러서 가져오고 말았다. 억울한 생각에 '야 내가 빌려주고 내가 받으러 오고 말이 안 되자나' 라고 했지만 그 친구는 멋적게 미안하다며 웃을 뿐, 아쉬운 건 나였다.
채무-채권 관계가 재밌는 게, 돈이든 뭐든 빌리기 전에는 채무자가 정말 아쉽지만, 빌려주고 나서는 채권자가 아쉽다. 안 돌려주면 채권자만 곤란하거덩. 물론 법이랑 제도로 확실하게 채권자를 보호해주는 경우엔 다르지만, 그 이외의 경우 채권자가 무조건 불리하다. 돈 빌려주고 친구랑 멀어지는 관계가 보통 채무-채권관계가 뒤집혀서 나오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안철수는 자신이 채무자임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선언한다. 자신의 지지율은 자신의 자산이 아니고 채무이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고, 채권자들에게 다시 한 번 허락을 받겠다는 의도로 책을 썼다. 책 내용은 그 동안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던 내용과 많이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상식적이고 개괄적인 설명이라 이 책만 가지고 그의 정책 수준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의 지지율을 자신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당선 이후에는 채권자인 유권자들을 홀대했던 여느 정치인과 '자세'가 다르다. 20대 이후 몇 번의 선거를 치르며 때로는 자부심을 느낄만한 투표를 하고 때로는 후회할 만한 투표를 하면서 느낀 것이 정치인은 능력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능력이 없으면 일단 피선거인으로 지명되기 자체가 힘들다. 그 정도 위치까지 간 사람들이면 능력은 대개 출중하나, 그 능력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자세가 더 중요하더라.
안철수의 생각은, 자신은 채무자라는 것이고,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 생각은 옳다. 안철수를 지지한다.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스님 을 읽고.
괜찮다.
그 말이 참 귀한 시대에 혜민스님이 들려준 ‘괜찮다’ 에
마음이 편해진다.
옛날에, 대학교 다닐 시절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대학생 때는 공부해보니 대충 어찌하면 될 거 같다는 느낌이 오고, 석사가 되면 직접해보니 어라 하나도 모르겠다 싶고 박사가 되어보면, 아
나만 모르는 거 아니고 다들 하나도 모르는구나! 한다고. 낄낄거리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30이 넘어 이제와 돌아보니 이게 인생에도 해당되는 농담인 거 같다. 20대까지만 해도 인생 별로 무서울 게
없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다 되고, 못하는 사람은 정말
게을러서 그런거니 못살아도 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이렇게 쉬운 걸 끙끙대는 어른들을 참 한심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어른들에는 부모님도 포함이 되는지라, 어릴
때는 부모님을 그렇게 무시하며 살았었다. 참 왜 저렇게 촌티나게 살까.
난 저렇게는 살지는 않으련다. 호기롭게 살았었다.
30대가 되어 내가 그렇게 무시했던 사람들
입장에 되어보니, 어라 나도 하나도 모르겠다 싶다. 인생
뭐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들어가 돈 좀 벌면서 가정에 충실하게 책도 읽으면서 폼나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니다. 돈을 뼈빠지게 벌어봐야 애들 키우면 적자고, 일하다 보니 가정을 소홀히 하고, 책 읽을 시간은 없고, 친구들은 점점 멀어지고 인생 전혀 폼이 안 난다. 어느 덧 돌아보면
배나온 나의 모습이 바로 내가 옛날에 앉아서 쉽게 욕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갑자기 현실이 무서워진다.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데, 돈이라도 잘 벌어야 되는데 돈은 안 벌어지고. 친구들은 잘 나가는 거 같고. 뭘해도 인생이 만족스럽지가 않아 방황하게
될 때, 정말 ‘괜찮다’ ‘너 잘하고 있다’ 란
말이 너무나 간절한 그 때. 괜찮다고 해주는 몇 몇 사람이 있다. 작년에는
김난도 교수가 청춘은 원래 아픈거니까 괜찮다고 해서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냈고, 올해는 혜민스님이 멈추고
돌아보면 당신만 그런 거 아니고 다들 그런거니 괜찮다고 한 마디를 해주셔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다.
이 괜찮다는 아무나 해서 무게가 실리지는
않는다. 나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이 해줘야만 나에게도 와 닿는 말이다.
방황도 좀 하고 그래야 듣는 사람도 아 나 정도면 아직 괜찮구나. 하는 법이기에.
그리고 이 괜찮다 앞에는 ‘남들이랑
달라도’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남들이랑 전혀
다르게 산 사람들이 해 줬기에 ‘남들이랑
달라도 괜찮아’라는 말이 아마 지금 남들이랑 똑같이
살라고 아둥바둥하다 절망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는 듯하다.
어찌보니 남들과 다르게 나아가게 된 인생. 나도, 괜찮다. 그 말이
참 귀한 시대에 혜민스님이 들려준 ‘괜찮다’ 에
마음이 편해진다. 언젠가 나도
내 후배들에게 괜찮다라고 힘을 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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