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그 말이 참 귀한 시대에 혜민스님이 들려준 ‘괜찮다’ 에
마음이 편해진다.
옛날에, 대학교 다닐 시절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대학생 때는 공부해보니 대충 어찌하면 될 거 같다는 느낌이 오고, 석사가 되면 직접해보니 어라 하나도 모르겠다 싶고 박사가 되어보면, 아
나만 모르는 거 아니고 다들 하나도 모르는구나! 한다고. 낄낄거리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30이 넘어 이제와 돌아보니 이게 인생에도 해당되는 농담인 거 같다. 20대까지만 해도 인생 별로 무서울 게
없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다 되고, 못하는 사람은 정말
게을러서 그런거니 못살아도 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이렇게 쉬운 걸 끙끙대는 어른들을 참 한심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어른들에는 부모님도 포함이 되는지라, 어릴
때는 부모님을 그렇게 무시하며 살았었다. 참 왜 저렇게 촌티나게 살까.
난 저렇게는 살지는 않으련다. 호기롭게 살았었다.
30대가 되어 내가 그렇게 무시했던 사람들
입장에 되어보니, 어라 나도 하나도 모르겠다 싶다. 인생
뭐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들어가 돈 좀 벌면서 가정에 충실하게 책도 읽으면서 폼나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니다. 돈을 뼈빠지게 벌어봐야 애들 키우면 적자고, 일하다 보니 가정을 소홀히 하고, 책 읽을 시간은 없고, 친구들은 점점 멀어지고 인생 전혀 폼이 안 난다. 어느 덧 돌아보면
배나온 나의 모습이 바로 내가 옛날에 앉아서 쉽게 욕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갑자기 현실이 무서워진다.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데, 돈이라도 잘 벌어야 되는데 돈은 안 벌어지고. 친구들은 잘 나가는 거 같고. 뭘해도 인생이 만족스럽지가 않아 방황하게
될 때, 정말 ‘괜찮다’ ‘너 잘하고 있다’ 란
말이 너무나 간절한 그 때. 괜찮다고 해주는 몇 몇 사람이 있다. 작년에는
김난도 교수가 청춘은 원래 아픈거니까 괜찮다고 해서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냈고, 올해는 혜민스님이 멈추고
돌아보면 당신만 그런 거 아니고 다들 그런거니 괜찮다고 한 마디를 해주셔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다.
이 괜찮다는 아무나 해서 무게가 실리지는
않는다. 나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이 해줘야만 나에게도 와 닿는 말이다.
방황도 좀 하고 그래야 듣는 사람도 아 나 정도면 아직 괜찮구나. 하는 법이기에.
그리고 이 괜찮다 앞에는 ‘남들이랑
달라도’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남들이랑 전혀
다르게 산 사람들이 해 줬기에 ‘남들이랑
달라도 괜찮아’라는 말이 아마 지금 남들이랑 똑같이
살라고 아둥바둥하다 절망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는 듯하다.
어찌보니 남들과 다르게 나아가게 된 인생. 나도, 괜찮다. 그 말이
참 귀한 시대에 혜민스님이 들려준 ‘괜찮다’ 에
마음이 편해진다. 언젠가 나도
내 후배들에게 괜찮다라고 힘을 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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