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2일 일요일

[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을 읽고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사르트르-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책은 이 말을 깨닫기 위해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황석영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담담하게 서술한 소설이다.

애초부터 학교에서 가르칠라고 드는 바람직한 학생상-너는 이렇게 살아야한다-

하는 주입식 인생관이 너무너무 싫었던 준-소설속의 황석영의 이름- 은

방황한다.  엄청나게 치열하게.

하긴, 눈 앞에서 자기 친구가 공권력의 총에 맞아죽는 걸 직접 봤는데,

공교육이 가르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되어 살고 싶었겠나.



학교를 며칠이고 안나가는 건 기본이고,

30일동안 돈 한푼없이 떠나는 무전여행에,

그냥 아무 계획없이 산속에서 친구들과 몇달 살아보기도 하고.

절에도 출가했다가,

막노동판, 고기잡이 배를 전전하며 몸으로 때우는 생활도 하고.

그 와중에 2번의 자살시도.




이 정도로 치열하게 사춘기 보낸 사람 없을꺼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왜 사는가 라는 테제는 맘에 안 들었지만,

그렇다고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고 하는 대안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고등학생 시절에 신춘문예상이던가; 암튼 수상을 해서 문단에 등단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창작 능력은 있었지만, 평생 자기가 글쓰기를 하고 살 건지,

그래야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공교육에서 삐딱선을 탔고, 퇴학따위.. 학교 다녀봐야 무슨 소용있나 그러다가도

막상 퇴학을 당하고 나니 엄습해오는 어마어마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거 하나 모르는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죽어버리자.

내가 널 오늘 보내버린다.

그렇게 자살기도 2번.




절에 가서 수행을 해 봐도, 나가살아봐도 뭘 해봐도 모르겠던

'왜 사는가' 에 대한 해답은 같이 다니던 막노동판 아저씨의 한마디에서 얻어진다.




"씨팔,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



애초에,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일단 태어났고, 살아가다 보니 이것저것 하게 되는 거.

그게 인생인데, 그런 인생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지.

내가 현재 태어나 살아간다는 실존이 정체가 뭔지 모를 나의 본질보다 우선인 거다.






그렇게 왜 사는가에 대한 해답과 치열했던 사춘기의 정당함을 얻고 월남파병을 가는 순간,

너무나도 힘들었던 사춘기에 애달픈 작별을 고하면서 소설이 끝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입식 교육의 황태자; 라고 할 수 있겠다.

반항 한 번 안하고; 하란대로 다~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 했고.

다른 거 생각하면 공부 못한다니까 다른 거 생각 안했고.

대학교 가면 뭐든 니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고 해서 순진하게 다 믿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인가 에 대한 고민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서울 공대 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고.

그 이후에는 무조건 잘 될 줄만 알았지.







그러나, 사춘기는 미뤄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 걸.

나도 사춘기를 맞았다.

어떻게 살아야되지;

왜 살지.

계속 고민해오던 이 테제의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살짝 발견했다.

씨팔, 누구나 사람은 오늘을 사는 거란 말이지.

애초에,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는 당연한 게 없다.

조금만 역사를 되돌려봐도, 그 때 당연했던 삶은 지금은 전혀 당연하지 않잖아.

이렇게 사는 게 성공한 삶이고, 저렇게 사는 삶이 실패한 삶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내가 틀린게 아니란 말이지.








그래, 오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되는 거야.

대신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그렇게 살면 되는거야.

댓글 2개:

  1. 앞에 30년은 하란대로 살았으니 뒤에 30년은 아내 말 쫌씩 들어주면서 하고픈거 하면서 살아영~ 응원해 줄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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