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3일 일요일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 김현철] 를 읽고.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매주 월요일 나 상담이란 코너에는 정신과전문의 김현철이 나와서 사람들의 고민을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꽤나 분석이 예리하다. 듣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상담도 자주 나오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도 썩 자주 나온다. 그래서 김현철의 저서 불안하니까 사람이다를 사서 보게 되었다. 

책은 꽤나 어려운 얘기를 쉽게 잘 풀어냈다. 여러가지 사례들을 예를 들고, 잘 알려진 영화들을 차용해서 어려운 정신의학적인 설명들을 상징적으로 잘 풀어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내 나름대로 간추려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난 면을 가지고 있다. 남이 잘 안 되는 면을 보고 고소해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의 불행을 바라는 순간도 있다. 비겁하다 못해 야비한 모습도 있고, 찌질하고 소심한 모습들도 있다. 이 외에 수 많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난 면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할 때 정신과적인 병리현상이 나타난다. 병리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남을 미워하거나, 자기자신을 비난하거나, 가상의 자기자신을 만든다거나, 세상에서 자기자신을 격리시킨다거나. 

즉, 날 것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 그보다 나은 존재다라고 고집을 부리는 거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다. 


2. 이런 못난 면들은 왜 생길까. 일부는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고 일부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생긴다. 어려서 어머니가 없으면 내 자신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해체 불안, 어머니한테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유기불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이성의 부모를 성적인 상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죄책감, 이성의 부모를 쟁취할 수 없다는 좌절감- 등은 모두에게 존재하는 상처이자 못난 면이다. 반면 어릴 때 성적인 학대를 받았다거나, 형제 자식간 부모에게서 차별대우를 받았다거나, 그 외에 수많은 개인적인 트라우마들도 마음속의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내 자신이 그렇게 깊은 상처를 가졌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고, 항상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3.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10의 가치가 있고, 실제의 나는 5밖에 안되더라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정신적인 상처의 치유가 시작된다. 단,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왜 5 밖에 안될까라고 좌절하거나 자학하면 안 된다. 비록 나는 5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라고 생각을 할 때 마음속의 깊은 상처는 치유가 비로소 시작이 되는 것이다. 

4. 결국, 연애 그리고 가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는 내가 10이라고 생각했지만, 5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가장 큰 계기는 역시 연애다. 가장 내 맘대로 하고 싶지만, 가장 내 맘대로 안되는 연애를 하게 되면서 실제 자기를 깨닫게 된다. 아. 나에게도 이렇게 찌질한 면이 있구나. 그리고 그 때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을 때, 비록 난 생각보단 조금 찌질하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구나.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구나. 라고 자존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5. 30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까지 정확히 나를 모른다. 그만큼 자기자신을 아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무의식중에 존재하는 방어기제때문에, 내 생각보다 못난 면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고, 그 못난 면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니까, 연애랑 여행이랑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해야하는 거다. 죽을 때까지 완전히 알기 힘든 자기자신을 더욱 더 많이 알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미리 갖추고 여행을 떠나야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고,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매일매일 자기자신에게 실망하고, 내가 이래서야 뭐 어떻게 성공하겠냐 불안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그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서 사랑스럽다.  나를 사랑할 용기만 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불안해도, 불안한 채로 행복한 인생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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