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책 읽는 게 좋다. 어릴 적부터 좋아한 편인데, 따지고 보면 이는 내 아버지 덕분이다. 내 아버지는 독서광이시다. 주로 외국소설을 읽으시는 편인데, 장르는 추리소설, 서스펜스쪽이 많다. 초등학교 때 작은 방에 큰 책장 두 개에 한가득 아버지가 사둔 책이 있었는데, 그 책들을 보는 것이 내 낙중에 하나였다.
아버지의 책을 보는 것은 나에게 여러가지로 득이 되는 활동이었다. 첫째는 어린 놈이 책을 읽는다 그러면 어른들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벌써 이런 책을? 하면서 가끔씩 천재소리도 해주곤 하니, 책 읽는 시늉만 해도 내겐 남는 장사였다. 두 번째는, 책 안에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는 내용들이 꽤 많았다. 보통 어른들도 그 책을 안 읽어본 경우가 많아서, 내용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는 성적인 컨텐츠에 남들보다 먼저 접근할 수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로봇에 나왔던 아주 짧게 묘사된 정사장면. 정확히 의미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야릇한 흥분은 느낄 수 있었고 부모님 몰래 그 부분을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기야 어쨌든, 책 읽는 건 내게 하나의 취미가 되었고, 지금도 틈틈이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고 있는 중이다.
2.
내 아버지도 책을 많이 읽고, 나도 꽤 읽는 편이니 내 아들도 당연히 독서를 많이 시켜야겠다 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얼마나, 어떻게 읽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었을 뿐. 그러던 와중 어디선가 추천 도서로 봤던 책 목록 중에 제목이 맘에 들어서 사놨던 책이 있었다. 바로 최효찬씨가 쓴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이다.
뭐 내용은 예상한 바로 그대로다. 처칠, 케네디, 카네기 같은 세계 명문가의 위인들 모두 어릴 때부터 고전을 비롯한 많은 책을 읽었고, 토론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어쩌면 너무 예상했던 대로의 내용이라 김이 좀 샜다.
다 읽을 때쯤, 이 뻔한 내용으로 271페이지의 원고를 써낸 작가가 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좀 대단하다. 일단 이 책을 쓰는데 참고한 참고문헌이 59권이다. 근데 이게 보통 인물 평전, 자서전 그 쪽이 많아서 한권에 막 4,500페이지 하는 책들이 꽤 보인다. 아, 이 책을 쓴 아저씨가 꽤나 독서광이시구나. 이제서야 책 맨 앞에 작가소개를 다시 보니 이력도 좀 특이하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기자생활을 하다 지금은 연세대 미디어 아트 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매체 미학을 강의하신단다. 그리고 “ 명문가, 위대한 유산” 이라는 주제로 강의 중이라고 하시네. 먼가 뻔하지 않은 인생을 산다는 느낌.
3.
작가 최효찬의 이름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이런 인터뷰가 나온다. 이 인터뷰가 재미있는 게,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을
쓴 ‘자녀경영연구소’의
소장께서 사실 내 아들 교육을 직접 해보니 어렵다고 토로하는 게 뼈대다. 어느 정도 자기 아들에게 직접 자기가 공부한 걸 적용하는 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도 나름대로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고백을 하신다. 신문 스크랩을 꾸준히 시키고, 1년에 한번 아들과 둘이서 도보여행을 가고 아버지와 아들간의 편지쓰기를 실천하고 계신다.
4.
이 책을 읽고 난 가장 최종적인 소감은 이거다 : 책을 많이 읽은 아버지라면, 자식이 무조건 많이 읽기를 바라는 점은 다 같구나. 나보다 책 읽는 거 좋아하는 아저씨가 열심히 조사해서 책을 내 놨는데, 예상대로 명문가의 위인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이는 책을 읽도록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가장 좋은 유도책은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
5.
내 아들도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나보다 많이 읽고 나보다 잘난 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아들 앞에서 책도 많이 읽고, 아들과 함께도 많이 읽고, 읽은 후에는 토론도 많이 해야겠다. 독서리스트도 만들어서 관리해주고, 내 블로그도 알려주고. 생각만해도 좋구나. 언능 커라 내 아들아. 책 같이 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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