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6일 화요일

고민하는 힘 - 강상중을 읽고.


삶은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대개 이런 철학적이고 무거운 질문에 한 두번쯤 고민해보다 이내 잊어버린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지은이 강상중은 약간 비틀어서 이 질문들을 바라봤다. 옛날 사람들도 이런 고민을 했을까? 물론 철학자들이나 엘리트들은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았겠지만, 일반 대중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살았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강상중의 생각이다. 이런 존재에 대한 질문은 근대 이후에 시작되었다. 중세 이전에는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사회에서 이미 답을 다 내려줬다. 그것이 제도건 신분이건 종교건 너는 선비의 자식이니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면 행복한거고, 저 놈은 푸줏간집 아들이니 열심히 돼지잡고 소잡고 살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사람들은 이에 대해 별로 의문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사람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은 근대에 들어, 개인이 사회의 주체로 나오면서부터 대중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자유의 무게라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자유는 세상에서 가장 풀기 힘든 난제가 되어버린다.

저자 강상중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나보다. 재일교포라는 신분으로 한국인도 아니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 자아를 찾기는 역시 수월치는 않았을게다. 그래서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했단다. 결론은 더 고민하라는 거다. 단지, 혼자 끙끙 앓으며 고민하는 것은 피하라. 자아는 오직 타자와의 관계에서만 정립되기 있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서 답을 갈구해야 한다. 그제서야 어렴풋이 내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이 고민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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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게 내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 알았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회사와서도 그랬다. 열심히 일해서 부장까지 일해서 애들 대학교까지 보내지 않으면 당장 내 인생 구렁텅이로 빠져들줄 알았다. 근데, 회사 다니기 싫다고 때려치고 나가서 잘 사는 녀석을 보고 깨달았다. 어라? 큰 일 안 나네?

갑자기 자유를 얻었다. 대기업을 다니지 않아도 되는구나. 안 죽는구나. 그리고는 거대한 고민이 몰아쳤다. 그럼 어떻게 하지? 난 뭐하고 살아야 되지? 그 때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다들 그렇게 고민하며 사는구나. 그리고 죽을 때까지 고민하며 사는구나.

이제서라도 고민을 하게 되서 다행이다. 고민없이 그냥 편한 인생만을 살다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 그렇게 바보같이 살다가면 죽을 때쯤 후회를 많이 했을 거 아니냐.  80년대 완성된 -이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다-코스를 살며 아, 난 행복해하며 살다가 죽는 것보단 평생을 고민과 씨름하며 살더라도, 내 인생을 사는 것이 낫지 않겠나.

아마 고민하는 삶을 시작한 지금부터가 아무 고민없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온 지난 날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브라보.

P.S 이 책의 주요 모티브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인데, 잘 몰라서 저자에 100프로 공감하기는 어렵더라. 나쓰메 소세키, 막스 베버의 저서를 몇 권 읽고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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