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2일 목요일

지금 당장 환율공부 시작하라 - 윤채현, 박준민 을 읽고


내 아버지는 대우건설을 다니시면서 전체 직장생활중 10년이 넘는 기간을 사우디 아라비아, 두바이,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하셨다. 덕분에 달러로 모아놓은 재산이 조금 있으셨는데, 1998년 IMF 위기때 그 동안 모아놓으셨던 달러를 1800원에 팔으셨다. 남들 모두 힘들다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집은 그 때 더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집안 형편도 좋아졌었다.

2008년 처음 직장에 취직해서 내 돈을 내가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그 때 한창 유행이던 적립식 펀드를 들어갔다. 주가가 2000일 때 들어갔는데, 환율이 급등하더니 갑자기 수직낙하하는 것이 아닌가.어이쿠야 하고 적립식펀드를 바로 손절매 했었다.

두 가지 경험에서 환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책을 돌려봤다. 그러던 와중에 최진기가 쓴 경제공부 시작하라는 책이 괜찮아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지금 당장 환율 공부 시작하라라는 책을 사서 보게 됐는데, 이 책이 좀 애매하다.

저자인 윤채현은 재무부에서 십여 년을 근무하고, CJ투자신탁증권에서 투자 분석 및 운용 기획 팀장으로 일했다. 이론과 실전을 두루 경험한 재무통으로, 현재 한국시장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있다고 한다. 이 분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율과 주식시장, 부동산, 실물 경제, 금리, 금융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보통 환율책을 보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경상수지가 흑자면, 부동산 시장이 오르면, 주식시장이 오르면, 경제성장율이 둔화되면, 통화량이 증가되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하는 식으로 조건을 제시하고 그렇다면 환율이 오른다/내려간다라는 식으로 공식을 제시한다.

문제는 이게 꼭 맞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반대급부로 원화가치는 상승해야 하지만, 2008년에는 달러가치가 하락했음에도 원화가치는 더 하락했다. 단순히 한가지 공식을 가지고 환율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위에 말한 모든 조건, 즉 금리, 경상수지, 부동산 시장, 주식시장, 경제성장율, 통화량, 원자재 가격 게다가 그 이외의 주변국 경제상황, 한국의 특수상황을 전부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로 주장하는 요지다.

이 책은 초반에는 다른 책이 하듯 기본적인 환율 공식을 설명한 후, 후반에는 이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환율은 그렇게 단순하게 수학문제처럼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주위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환율 상승/하락시 이 변수들이 일정한 경향을 띄기 때문에 유심히 관찰하면 이 모든 조건이 한 방향으로 가는 순간을 포착해낼 수 있다고는 한다. 문제는 이게 너무 변수가 많아서 보면 볼수록 환율 예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가하는 생각까지 든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은 해냈다고 한다. 모두가 환율을 틀리게 예상할 때, 남들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감안하여 올바른 환율을 예측해 낸 사례들도 제시한다. 오오.

결국 책을 읽고, 뭔가 더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 윤채현 소장은 현재의 환율과 미래의 환율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싶어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봤다. 어디 경제신문에 칼럼정도는 쓰지 않으실까 싶어 찾아봤는데, 없다. 그래서 윤채현 소장이 만든 한국시장경제연구소 홈페이지 http://www.kmeri.co.kr 를 가봤더니 몇 개 글을 올리신 게 있는데, 회원가입을 해야 된다. 그래도 글은 열람이 안된다.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야하는데, 한달에 10만원이다. 12개월해도 120만원. 디씨도 없다.

1년 120만원을 들여서 그 이상의 환차익을 볼라면, 정말 정말 환율 예측이 정확해야할텐데. 그 정도일까... 하는 마음에 차마 가입은 하지 못했다.

이 책을 보고나서 대충 내가 향후 환율 예상을 해보자면 이렇다. 부동산 경기가 꺼질 것이고, 양극화로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고, 중소기업이 약화되서 결국 경상수지도 악화될 것이고, 주식시장이 한번 내림세로 돌아서는 순간 환율은 상승할 것이다. 2008년과 같은 위기가 한 2년 내에 한번은 올 것이다....인데.

과연 1210원, 1120원에 산 2년째 묶여 있는 내 달러는 2년 내에 환차익을 볼 수 있을까. 환율이든 주식이든 뭐든 경제상황 예측은 정말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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