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손정의 - 사노 신이치를 읽고.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손삼헌이 되어야 맞다. 제목은 손정의로 달고 있지만, 이 책은 다른 책처럼 손정의를 그저 추앙하는 책이 아니다. 어떻게 손정의란 인물이 나올 수 있었는가를 역사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추적한 책이고, 이를 위해 저자 사노 신이치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손정의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외 친척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 중에 가장 비중이 높은 사람이 손정의의 아버지, 손삼헌이다. 제목에 꼭 손정의를 넣고 싶었다면, 손삼헌의 아들, 손정의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 사람이 손정의의 아버지, 손삼헌이다.

잠깐 손정의가 누군지 살펴보자면, 손정의는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57년에 사가현 도스역에 인접한, 번지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번지라 붙여진 조선인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는 돼지 분뇨 및 돼지 먹이인 음식 찌꺼기, 돼지우리 구석에서 몰래 만들던 밀조주의 강렬한 냄새 속에서 자랐다. 그랬던 그가 해마다 IT산업의 회장으로서 세계 부호 순위에 일본인 베스트 텐 안에 드는 성공을 거머쥐었고, 일본의 장래를 좌우하는 톱리더가 되었다.

재일교포에다가 극빈촌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일본 IT 산업의 기수가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여러 사람을 매료시키기 충분했고, 그에 대한 수 많은 책이 나왔다. 하지만 주로 손정의의 천재성, 대담함에 촛점을 맞춘 영웅서사시였을 뿐, 그의 배경에 대해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이 사노 신이치라는 아저씨가 나서기전까지는.   



왼쪽이 손정의, 오른쪽이 사노 신이치.

손정의는 신화처럼 오로지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한 게 절대 아니었다. 아주아주 가난했던 시절은 어릴 때 끝났고, 오히려 중학교 이후로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다른 책에서 나온 것처럼 미국으로 홀연히 날아가 자기힘으로 유학을 마치고 온 것이 아니었고, 집에서 아버지 손삼헌이 든든히 생활비를 부쳐주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유학시절 첫 발명품인 자동번역기를 일본 샤프에 팔 때도, 손삼헌이 같이 갔었다. 손정의의 성공엔 항상 손삼헌이 뒤에 있었다. 


그러면 손정의가문엔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 짧게 간추리자면, 손정의의 친할아버지가 생활고로 돈을 벌기 위해 일본의 광산으로 갔고, 장남 손삼헌은 돼지치기와 밀조주 판매로 생계를 잇다가, 대출업으로 진출한 뒤, 파칭코 경영으로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어릴 적부터 손정의의 영특함을 알아보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제왕학을 가르쳤다.  

손삼헌은 재일교포라는 차별을 받으며, 7남매의 장남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온갖 험한 일을 전전한 끝에 당대에서 부를 일구었다. 그리고 차별에 무릎꿇지 않는 거칠음과 사업이 어떤 것인지를 손정의에게 몸소 보여주었다. 손정의의 성공은, 손정의 자신만의 것은 아니다. 큰 성공을 하기 위해 그만큼 큰 빚을 아버지에게, 할아버지에게, 그 외에 자신이 있기까지 힘든 역사를 견뎌온 조상에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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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첫 시간에 항상 조사를 해보면, 하바드 입학생 중 아주 많은 경우가 장남, 장녀라고 한다. 알게 모르게 장남, 장녀라는 환경이 자신의 성공의 이유중에 하나였던 셈이다. 가끔 보면 자신의 성공에 취해 오로지 자신의 능력 하나로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오만해지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노력과 재능이 가장 큰 성공의 밑거름이었겠지만, 성공이 있기까지 도와준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해야한다. 세상에 혼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성공한만큼 돌려줄 수 있는 인격을 갖춰야, 더 큰 성공이 자손 대대로 이어져 손정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댓글 1개:

  1. 안녕하세요? 제가 이 책을 진짜 읽어보고 싶은데 지금 품절이라서 구할 수가 없네요 ㅠㅠ 혹시 책 다 보셨으면 제게 파실 생각은 없으신지 해서 여쭤봅니다~ 중고책이라도 정가 이상으로 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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